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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가나 텃세는 있는 거 같다. 선교자의 입장에서 그런 텃세를 인정하고 최대한 그 사람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소통하는게 중요한거 같다. 사실 러시아 가기 전에 조금 걱정했던 게 있었다. 혹시나 걔네들하고 시비가 붙진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진짜 정 안되겠다싶으면 몇대 맞거나 아님 열라 도망가거나 그러면 되는데, 걔네들은 총 들고 다니잖아. 총을 쓴다는 건 그냥 몇대 맞는거랑은 차원이 다른, 바로 목숨이 걸린 문제다. 

근데 정말 긴장했던, 그런 순간이 발생했다.

7월 12일날,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 있는 영락비전센터에 예배를 드리려고 갔었다. 예배를 다 드리고,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서 다시 알쫌으로 들어올려고 전철을 탔었다. 완호형이랑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전철이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기 멀리 어떤 백인이 우리를 마구 노려보고 있는 거였다. 머리가 아주 짧은 백인이였는데, 인상을 아주 찌푸린채 우리를 계속 주시하고 있는 거였다.

왼쪽에 혼자 앉아있는 아저씨. 우연히 찍혔다.

한참을 계속 노려보는 그 시선을 계속 느끼고 있었지만, 나나 완호형이나 애써 태연한척 하며 얘기를 하고 있었다. 한국말로 "점마, 왜 자꾸 째리보노" 하면서...

그 백인은 그렇게 한참을 노려보더니, 벌떡 일어나서 저기 뒤에 보이는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는게 아닌가. 어찌나 문을 세게 열었던지 문이 제대로 안닫히고 쿵쿵하면서 조금 열려있는게 아닌가. 순간 완호형하고 나는 당황했었다. "점마 총들고 오면 우짜지" 하면서 완전 긴장하고 있었다. 나는 그 짧은 순간에도 '아이씨, 여기서 죽으면 안되는데... 아이씨 총쏘면 피해야 하나? 아쒸, 피하면 내랑 등맞대고 있는 목사님이 맞을텐데... 아쒸, 총쏘기 직전에 뛰쳐나가야 되겠다' 이런 시나리오까지 짜고 있었다. 옆에 완호형도 총들고 오는거 아니냐면서 막 긴장하고 있고.

그렇게 한참을 지났는데, 한 두 정거장 지나갔을까? 저 백인이 다시 들어왔었다. 손에 뭔가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는데, 갑자기 성큼성큼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거였다. 형이랑 나랑은 완전 긴장긴장한 상태였고. 한발짝 한발짝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그냥 지나가버렸다.

형이랑 나랑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더 웃겼던 건 그 백인 키가 완호형 (한 170cm정도?) 정도 밖에 안되었다는 거다. 우리 좌석을 지나치는 그 백인의 뒷 모습을 보면서 완호형이 "점마 뭐고" 라고 했었다. ㅋㅋ 

한마디로 괜히 쫄은 거지.

어쨌든 그냥 해프닝이었고, 그때 당시는 엄청 웃겼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화를 너무 많이 봤던 게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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